[한경에세이] 캐스팅 오디션, 그 감동의 현장에서

입력 2024-02-22 17:34   수정 2024-02-23 00:07

얼마 전 국립창극단에서 작품 배역을 정하는 ‘캐스팅 오디션’이 열렸다. 필자가 국립창극단에 부임한 후 첫 제작 작품인 ‘만신: 페이퍼 샤먼’의 박칼린 연출가와 작가 그리고 예술감독인 내가 심사자로 나섰다. 국립창극단은 레퍼토리 시즌제로 운영하는 특성상 1년 전에 작품과 배역을 정하기에 ‘만신: 페이퍼 샤먼’은 A부터 Z까지 오롯이 내 손으로 제작하는 첫 작품이라 의미가 더 크다.

오디션 시작부터 정신이 번쩍 들었다. 평소 모습이나 무대 연기를 통해 이미 충분히 성향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 단원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변신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원들은 오디션이 있기 1주일 전에 대본을 받고, 자신이 원하는 배역을 정해 심사받는다. 사전에 대본에 있는 역할은 물론 본인이 할 수 있는 장기까지 적어냈다. 단원들은 준비한 개인기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창극의 필수요소인 판소리와 연기는 물론 대중적인 노래와 다른 나라 음악에 이르기까지, 심사에서 보여준 무대인으로서의 변신과 몰입, 열정은 경이로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맡은 역할을 잘하는 걸 당연하게 여겼던 그동안의 선입견이 완전히 깨지는 시간이었다.

주연 조연 관계없이 모든 단원이 신작 앞에서는 여지없이 신인 같은 모습이었다. 배역을 맡기 위한 단원들의 이런 모습을 마주하니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물론 배역 발표가 나면 너나 할 것 없이 크고 작은 모든 역할에 숨을 불어넣고 수천, 수만 번의 연습을 통해 그 역할을 살려낸다. 그것이 전체 작품의 기반이 돼 창극단 작품의 수준을 올려주는 것이기에 모든 단원이 소중하고 고마울 뿐이다.

최근 국립창극단 공연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심청전을 위시한 지난해 4개 전 공연(정년이, 베니스의 상인들, 심청가, 패왕별희)은 전일 매진을 기록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 국립창극단의 공연은 캐스팅도 관전 포인트가 됐다. 캐스팅 발표가 왜 늦어지냐는 항의가 국민신문고에 올라올 정도다. 국립창극단에 스타 단원들이 생겼고, 이들이 출연하는 작품은 흥행에 성공한다는 말이 나온다. 창극 배우들의 전성시대가 눈앞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창극의 밑바탕을 다져준 명인 명창들의 노력과 땀방울이 있었기에 창극이라는 장르가 지금의 경지까지 오를 수 있었으리라.

모두가 처음 만나게 되는 작품을 위해 이렇게 자신을 단련하고 종이 위의 활자에 생명을 불어넣어 새로운 인물을 탄생시킬 줄 아는 국립창극단 단원들은 나의 보물이다. 그들과 함께 만드는 작품 ‘만신: 페이퍼 샤먼’과 관객의 행복한 만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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